[요행악어의 세계일주 +002일] 둘째날부터 예상 외의 전개.. 오리무중이란게 이런거?

Posted by 여행하는 음악가 요행악어
2018.04.04 03:35 行 여행 Travel

2018년 4월 2일 칭다오로 향하는 페리 위.


파도도 잔잔하고 밤늦게 까지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없고 술 기운에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

오전 10시 쯤 배가 청도항 근처까지 접근했다는 안내방송이 흐른다

'드디어 첫 목적지에 도착이다!' 라고 들떠 기지개를 펴고 기분 좋게 창문 밖을 보니

선원들은 입항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밝은 하늘이 나의 중국에서의 첫날을 반겨주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문밖으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스며드는 불안감에 객실 창문 밖을 보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새하얀 안개가 바다 전체를 감싸고 있고 배는 바다 한 가운데에 정박해 있었다

'띵동댕동~' 하고 경쾌하게 안내방송을 알리는 소리.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지만 내용은 이미 어느정도 짐작이 갔다.


 


예상은 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안개가 너무 심해 중국 당국에서 입항 허가를 내어주지 않았고

 안개가 어느정도 걷혀 허가가 날 때까지 청도 근처 바다 위에 정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WHAT!!!!?


첫 날 배가 3시간 정도 지연된 것도 중국 발 미세먼지 + 안개가 너무 심해 배의 출항이 지연됐다는 내용이었는데,

해무 (바다안개) 가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둘째날부터 예상 외의 전개가..


함께 객실을 쓰는 최고 형님(첫날 한잔하고 친해져서 형님)이 이러다가 점심때 쯤 바람이 불거나 해가 뜨면 안개가 걷힐거라며 

조금 기다리면 배가 다시 출발할거라며 조금 초조하게 말씀하시는데.. 확신은 없으신 것 같다.


 [行 여행 Travel] - [요행악어의 세계일주 +001일] 인천항 국제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청도 (칭다오)로!




한 시간을 기다려도 안개가 좀처럼 걷히질 않는다. 

칭다오에 도착해 맛있는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아침도 안 먹고 버티고 있었는데

이놈의 무심한 배가 밥 달라며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낸다.


나는 내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내 배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남자다. 밥 달라면 드려야죠~;)

 무엇을 먹을까 한참 생각을 하다가 '이러다 안개가 걷힐 수도 있잖아?' 라는 생각이 들어 간단히 먹기로 결정.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려고 손을 뻗는데 저기 컵밥이 반짝~! 하고 빛이 난다. 진짜다 그 순간에는 빛이 났다.

그래서 간단히 먹기로 한 아침 겸 점심이 컵라면과 컵밥이라는 제법 무거운 식사가 되었다.

'그래 중국가면 한국음식 못 먹을 테니까 이럴 때 먹어둬야지' 라고 스스로에게 설득을 하며

 뜨거운 컵라면과 컵밥을 들고 조심조심 갑판으로 올라갔다.


갑판에 올라가 본 풍경은 그야말로 '오리무중(五里霧中)'

페리 위에서도 끝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가득해 여기가 바다 위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바다 대신 안개를 바라보며 컵라면과 컵밥을 순삭하고, '커피나 한잔 할까~?' 하는 생각에 카페에 들어갔다.

때마침 식당에서 나온 중국인 주방장이 '어헛!? 이놈 뭐지? 벌써 알았어?' 하는 눈빛으로 식당에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내가 어리둥절해 하며 서있자, 한국인 승무원이 오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해준다. 


예상 도착시간인 오전 11시 30분이 지나고 예상보다 딜레이가 길어지자 위동훼리 측에서 무료로 점심을 제공한다는 내용.

배가 부르지만 메뉴가 궁금하여 식당에 들어가 보니 메뉴는 잔치국수였다.

이미 컵라면과 컵밥을 잔뜩 먹은 뒤라 잔치국수는 가뿐하게 패스하고 객실로~!




객실에 들어오니 최고 형님이 배고플 때가 됐다며 나를 위해 컵라면을 사놓으셨다

내가 금방 올 줄 알고 물을 이미 부어 놓으신 상태인데다가 사주신 성의를 거부할 수 없기에 이어서 바로 컵라면 먹방!

이제 안개가 걷혀 칭다오에 도착한다 한들 칭다오에서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너무 많이 먹었더니 눈이 슬슬 감겨온다.. '이러면 안돼!!  블로그를 써야지!!'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사서 마시고 침대에 누워 그대로 실신해 두 시간을 잤다.

오후 4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최고 형님이 너무 오래자는거 아니냐며 깨우신다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내려가보니 형님이 한잔하면서 시간이나 떼우자며 사오신 막걸리와 맥주, 그리고 각종 전자레인지 안주들.

사람의 배는 참 신기하다. 분명 배가 부른데 먹으니까 들어간다.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인체의 신비니까.




낮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5시 쯤 되어 무료로 저녁식사를 제공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그래도 밥을 먹어둬야 나중에 든든하니까 먹어두자는 형님의 의견에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메뉴는 짜장밥이었다. 짜장밥과 하이라이스 어디 중간 쯔음에 있는 그런 맛. 

안개가 낀게 회사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감사했다. 

 

실은 밥을 먹으러 가기 전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언제 쯤 접안이가능한거냐고 물어보았었다.

아마 오늘 안에는 힘들 것 같다며 대답을 한 뒤 덧붙여 설명을 해주었는데,


"한국 같은 경우에는 접안(항구에 배를 대는 것) 시간이 늦어져도승객들이 내릴 수 있게 끔 편의를 봐주는 편인데

중국 직원들은 6~7시 사이에 퇴근을 하거든요. 퇴근을 한 후에는 접안을 하더라도 내릴 수 없어요"


오늘은 항구 도착에 상관없이 페리 위 에서의 하루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짧은 기간의 여행이었다면 하루하루가 아까워 발을 동동 굴렀겠지만앞으로의 여행길을 생각하면 왠지 하루 정도 더 휴가를 얻은 기분.


 



이후 객실에만 있기에는 답답하여 수시로 갑판을 오가며 바람을 쐬기도 하고 페리 위 승객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체크를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중국 승객들은 이런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듯 했다

성질을 내봤자 바뀔 것은 없고, 배를 자주 타는 상인들에게는 종종 일어나는 일인 탓일지도..

오히려 선원들이 조금 안절부절해 하는 모습이었다. 배가 육지에 닿는 것이 곧 퇴근일테니까.


배가 돛을 내리고 있는 곳이 칭다오에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라 그런지 핸드폰 신호가 약하게 잡히는 모양이다.

중국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지와 통화를 하며 현재 상황을 전하는 모습을 보며 나를 걱정하고 있을 가족과 여자친구 생각이난다.

심카드를 중국에서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한국에서 미리 구매하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가 된다.

미리 구매한 Chat sim 도 아직 액티비티를 하지 않은 상태라 사용할 수도 없고..


내일도 안개가 심해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중국인들의 대화로 미루어보아 

내일 땅을 밟을 수 있는 확률은 50%를 넘을 꺼 같지는 않은 것이 현재 상황이다.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내일은 안개가 걷히길 기도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칭다오에 도착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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